이런 저런 모습
이상원 (Lee sang won, 1935- ) 동해인 그리고 영원의 초상
신정동 홍프로
2025. 6. 1. 10:23
이상원 (Lee sang won, 1935- ) 동해인 그리고 영원의 초상
꼿꼿하고 검은 나무줄기들 사이로
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걸 보면
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지네
하지만 흔들어서는 나무를 그렇게 휘어지게 하진 못하지
진눈깨비가 그렇게 한 거지
비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
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거야
바람이 불면 흔들려서 딸그락거리고
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
오색찬란하게 빛나지
어느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
굳어진 눈 위에 수정 조개처럼 쏟아져 내리게 하지
그 부서진 유리더미를 쓸어 치우다보면
당신은 하늘의 둥근 천정이 허물어져 내린 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
나무들은 얼음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
말라붙은 관목에 끝이 닿도록 휘어져
부러지지는 않은 있을 거야
한 번 휘어진 채로 오래 있다 보면
다시 꼿꼿이 일어나진 못하겠지만
중략 (中略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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